사회

단련된 사람에게도심정지는 옵니다

세상은 급하게 흐르고, 여기서는 천천히 읽습니다. 2026. 10. 13. 13:40

오늘의 한 단어 · 사회

단련된 사람에게도
심정지는 옵니다

레이스 중 멈춰야 할 신호와, 옆 사람이 쓰러졌을 때 할 일


주말에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 한 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울레이스 조직위원회는 12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11일 오전 8시 49분경 하프코스 참가자가 20.6km 지점에서 쓰러지는 응급상황이 발생했다고 알렸습니다. 현장 응급조치 후 119 구급차로 의료기관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유명을 달리하셨다고 전했습니다.

하프마라톤의 공식 거리가 21.0975km이니, 결승선까지 약 500m를 남긴 지점이었습니다.

사망 원인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인의 신상이나 추정 사인을 다루지 않고, 러닝 중 심정지라는 주제 자체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잘 뛰는 사람이라고 안전하지 않습니다

러닝 커뮤니티의 반응 중에 반복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잘 달리던 사람인데 왜"라는 말이요.

여기에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심폐 능력이 좋다는 것과 심장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건 다른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기록을 노리는 사람일수록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이상 신호가 와도 "조금만 더"로 넘기기 쉽습니다.

대회 막판 구간에서 사고가 잦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결승선이 보이면 몸이 보내는 신호보다 눈앞의 거리가 먼저 보이니까요.

이때는 멈춰야 합니다

레이스 중 이런 신호가 오면 기록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게 맞습니다.

가슴이 조이거나 짓눌리는 느낌
갑작스러운 어지러움, 눈앞이 흐려짐
식은땀이 나면서 속이 울렁거림
턱이나 목, 팔로 뻗치는 통증
숨이 과하게 차고 속도를 줄여도 회복되지 않음

하나라도 느껴지면 코스를 벗어나 의료진이나 자원봉사자에게 알리는 게 먼저입니다. 완주 기록은 다음에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옆 사람이 쓰러졌다면

이게 이 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심정지는 목격자가 몇 분 안에 무엇을 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1의식과 호흡을 확인합니다
어깨를 두드리며 반응이 있는지, 정상적으로 숨을 쉬는지 봅니다
2반응이 없으면 119에 신고합니다
동시에 주변 사람에게 심장충격기를 가져와 달라고 요청합니다
3가슴압박을 시작합니다
가슴 중앙을 약 5cm 깊이로, 분당 100~120회 속도로 강하고 빠르게
4심장충격기가 도착하면 사용합니다
전원을 켜면 음성 안내가 나옵니다. 그대로 따르면 됩니다

핵심은 심정지가 의심되면 신고와 동시에 가슴압박을 시작한다는 겁니다.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압박이 맞는지 틀린지 걱정돼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가장 나쁜 선택입니다. 깊이와 속도가 완벽하지 않아도, 누르는 편이 누르지 않는 편보다 낫습니다.

대회 나가기 전에 해두면 좋은 것

참가 전에 코스 지도에서 의료 지원 지점이 어디인지 한 번 확인해두세요. 그리고 가슴압박 요령은 영상 하나만 봐두면 됩니다. 1분이면 끝나는데, 내가 쓰러졌을 때 옆 사람이 알고 있을 확률을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 무리해서 나가지 않는 것, 감기 기운이 있으면 쉬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달리기는 건강해지려고 하는 운동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게 되는 순간이 생깁니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이겁니다. 기록은 다음에 다시 세울 수 있다. 당연한 말인데, 결승선 500m 앞에서는 그 당연한 게 잘 안 보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응급처치 정보를 정리한 것으로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으니 운동 전 이상 증상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사고 경위는 서울레이스 조직위원회 공지를 따랐으며, 사망 원인은 현재까지 공식 발표되지 않았습니다.